연초에 잡은 목표 중 하나인 영어 말하기는 3월쯤부터 그만하게 된 것 같다. 그만두게 된 이유는 나의 나태함 때문이었고 잠자코 있던 나태함이 기승을 부린 이유는 일이 바빠지고 여유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얼마 없는 시간을 더욱 잘게 쪼개야했고 그러다가 갑자기 영어 말하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관성이 이어졌다.
술을 다시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술을 오랫동안 마시지 않다보니 다시 조금 마셨을 때 너무 맛이 없게 느껴졌다. 술을 어렸을 때 처음 입에 댔을 때 느꼈던 ‘술이 맛없다’, ‘이걸 왜 먹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요즘은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정말 필요할 때 한 번씩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래도 소주는 이제 정말 못 마시겠다.
el 이라는 이벤트 루프를 구현하며 사람들이 쉽게 이벤트 루프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프레임워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을 통해 웹브라우저, NodeJS, Netty 등 비동기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학습을 하기 위함이다.
어느 순간부터 일기를 쓰지 않게 되었다. 이것 때문인지 하루하루가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고 어제 어떤 걸 했는지 저번 주에 어떤 것을 했는지 꽤 집중해서 기억해야 떠올랐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일기를 쓰는 것 같다.
회사 내 새로운 팀을 지원하게 되면서 ISMS라는 심사를 준비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좀 더 보안적으로 어떻게 인프라를 관리할 수 있는지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서 학습하고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며 배우게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일까? 주변 환경이 나를 도와주는 것일까? 이전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회사 구성원들 전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DevOps라는 팀이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된 것 같다. 불편하거나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보면 그것에 대한 원인을 생각해보고 개선하기위해 관련있는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자고 미팅을 잡거나 커피챗을 한다. 적은 리소스를 여러 팀을 위해 골고루 균형있게, 그렇지만 중요한 일을 늦지않고 도와줄 수 있게 분배하려는 목적 때문일까?
기억에 남는 포스트 중 하나는 신수정님께서 페이스북에 올려주신 책 읽는 법이 하나 떠오른다. 읽을 책은 계속 쌓여가지만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정말 중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읽고 빠르게 넘어가는 법을 통해 효율이 조금 올라간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읽는 탓에 혹시나 중요한 부분을 빠뜨리고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올해가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지는 못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책을 꼽자면 <컨테이너 보안>,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대체 뭐가 문제야> 이다. <컨테이너 보안>은 호기심 대상 중에 하나였던 컨테이너에 대해서 초반부에 보안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한 배경지식으로 컨테이너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해주는데 이 부분은 나에게 작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책은 읽으면서 해치랩스에 근무하며 어딘가 허전했던, 뭔가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하나 찾아낸 느낌이었다.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이 책 덕분에 내가 회사에서 일을 하는 마인드가 조금 바뀐게 아닐까 싶다. 내 개인적인 욕심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다른 사람들을 우선으로,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대체 뭐가 문제야> 책은 읽으면서 내가 처음 플랫폼팀에 들어올 때가 생각났다. 해결책을 찾는 것에 우선했고 어떤 것이 정말 문제이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사고하는 역량이 너무 부족할 때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리마인드할 수 있었고 ISMS 때문에 조금 느슨해진 나의 비판적 사고를 다시 일깨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아직 다 읽진 못했다).
요즘 하는 고민 중 하나는 내가 개인적으로 호기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고 싶은데 같이 하자고 먼저 제안할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먼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고 많지가 않다는 것인데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하자고 제안했을 때 그 프로젝트를 어떻게 잘 진행할 수 있을지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는 것이 아닐지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 최근에 든 생각은 ‘일단 해보자’였다. 이게 평소 내가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쓰는 방법인데 이번에도 다시 이렇게 시작해볼까 한다. 해보면 뭔가를 배우지 않을까.
최근의 나는 삶의 허무를 종종 느끼고 ‘이것을 왜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며 의욕이 떨어질 때가 있었다 (아직도 조금 그렇다). 이것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는데, 이것에 대한 명확한 (혹은 나를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답을 찾으면 엄청 강한 에너지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운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쓸 수 있지만 안쓰고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운동은 이것을 내 스스로가 쓰고자 하는 의지를 만들어 준다. 1시간 정도 홈트레이닝을 하며 땀을 흘리고 씻고 나왔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 힘이 없을 때 운동을 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반년 동안에 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해야겠다. 나의 하루를 좀 더 소중하게 보내고 싶다. 그리고 el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다음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DevOps 팀을 더욱 성장시키고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보고 싶다.
회사 내 리더 중 한 명과 커피챗을 가졌을 때 들었던 말이 하나 떠오른다. “제가 지난 1년을 회고해보았을 때 잘 못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리소스를 확보하며 좀 더 큰 그림을 보거나 그리기 위해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런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다른 팀원, 회사 구성원과 충분히 가까운 관계를 가지며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공유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프로세스는 그 위에 얹어지는 휘핑 크림같은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