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에 쓴 글인데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다시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재밌었던 일들 중 하나를 꼽아보라면 많은 것들 중에 마음 맞는 사람과 모여서 글을 쓰고 그것을 책으로 내는 일을 꼽을 것이다. 처음에 이걸 왜 시작했는가에 대해서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꽤 친한 누나가 같이 독립출판을 해보자고 말을 했고 나는 재미있어 보여 하겠다고 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 모임은 지금 돌아보면 나에게 꽤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글을 좋아하게 되었고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주제는 주로 ‘나’ 혹은 ‘감정’과 같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이었다. 그런데 글로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글은 언제나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어딘가에 항상 빈틈이 있고 여러 문장들을 써내려가다보면 모순에 마주친다. 그래서 이런 글들 쓰면 재미있는 것 같다. 될 것 같으면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내가 나이가 들거나 죽기 직전에 대해서 종종 생각한다. 부모님은 나이가 들셔서 세상을 떠날 것이다. 혼자 남겨지는 상상을 한다.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십대 후반이 되어가면서 가파른 성장에 대해서 골몰한다. 그리고 잠시 갓길로 빠져나온다. 소소한 행복이 떠오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같이 여행도 떠나 편안하게 휴식한다. 그리고 가던 길을 다시 살펴보면 허무함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다시 고속도로로 차를 밟는다.

퇴근을 하고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옛날에 썼던 글들과 책들을 다시 읽어본다.
졸업을 할 즈음에, 그 때도
ㅤ커리큘럼을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때’라는 것도 믿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에게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조언을 할 때 처음엔 나도 모르게 그 말에 귀를 닫을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다시 그 말을 꺼내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ㅤ그 때도 졸업을 하나의 ‘문’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문을 열고 건너편의 방에 들어갔을 때 달라지는 것은 더 이상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수강신청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밖에 없다. 내가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어하는 것들은 그대로 있다. 두고 온게 아니다.
ㅤ직장을 구하고 일을 할 때의 그 공간과 시간은 막다른 방이 아니다. 다른 방으로 이동하기 위한 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언제든 내가 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ㅤ휴식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는 쉬었다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정도로 의지가 약하지 않다.
ㅤ진지한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 좋겠다. 슬픔을 여전히 좋아하면 좋겠다. 공허함과 외로움은 있는 그대로 흘려보낼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ㅤ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졸업, 김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