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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레시 휴가를 보내고 나서

  • 회고

틈틈히 공개적으로 올리기 어려운 생각 뭉치들을 정리하지 않은 짧은 글 형태로 개인 노트에 풀어놓은적은 많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쓰는게 정말 오랜만이다. 근육도 운동을 계속 해야 생기듯이 글도 오랜만에 쓰니 메세지도 명확하지 않고 두서가 없다. 하지만 이번 리프레시 휴가를 마치는 시점으로 생각의 뭉치들을 한번 정리하고 가고 싶다.

연차를 모아서 2주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뒤에 리프레시 휴가 3주를 붙여 한달 조금 넘게 쉬었다. 잘쉬었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회사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내 자신과 앞으로의 방향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잘 쉬었다. 휴가동안 항상 기분이 좋진 않았다. 좋은 경험을 했는데 회사에 출퇴근하면서 일을 하든 안하든 감정의 변화는 생긴다. 꼭 어떤 책에서 읽은 것만 같은, 행복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이번 휴가를 통해 몸소 경험했다.

쉬는 동안 읽은 책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인피니트 게임’이라는 책인데 내 생각 체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우리가 흔히 게임이라고 하면 알고 있는 유한 게임과 달리 무한 게임은 다른 플레이어를 이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무한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에 끝까지 남아있는 것이 목표다. 한 시점에는 다른 플레이어가 우리를 이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무한 게임의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다. 무한 게임을 만드는 게임판은 플레이어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줄 ‘대의 명분’이 된다.

사람의 인생은 유한하고 게임은 무한하기 때문에 내가 언젠가 이 게임에서 나가야할 때도 팀이 혹은 회사가 게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꾸준히 대의 명분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 성과를 통해 내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커리어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어떤 대의 명분을 따라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다시 말해 어떤 미래를 그려나가고 싶은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결국 내 삶 동안 인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어떤 것을 통해 이 목표를 향해서 갈 수 있는지 또 어떤 것을 해야 스스로 열정에 넘쳐 지속가능하게 행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혼자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이해야하고 다른 사람들이 동참하게 설득시킬 수 있는 것이 대의명분, 바꾸고 싶은 미래에 대한 모습 다시 말해 비전이다. 이런 대의 명분은 꼭 내가 만들어야할 필요는 없다. 본인이 감동할 수 있는 대의 명분을 실현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팀과 같이 할 수도 있다.

이런 체계를 바탕으로 작년을 돌아봤을 때 이제 슬슬 다른 게임에 참여해야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a라는 게임판이 있는 것이고 b라는 게임판이 있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게임이 개인에게 더 가슴이 뛰는가의 문제다. 나에게는 이게 정말 중요하다.

무한 게임의 목표가 게임의 승패가 아니라 게임판에 남아있는 것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식 교육에 철저히 길들여진 나는 무의식 속에서 그때그때의 승패에 크게 연연했던 것 같다. 예민한 성격 탓에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면 이런 것들이 나에게 더욱 크게 작용했다. 가령 무기력으로라든가 자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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